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텍스트를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와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과정은 엄연히 다릅니다. 제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리글과 같은 깊이 있는 사유의 과정을 거친 독서가 주는 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 독자의 약 60%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수동적 읽기’를 수행하지만, 나머지 40%는 저자의 의도와 나의 경험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파열음을 즐기는 ‘능동적 읽기’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이 두 가지 방식의 차이를 서점 주인으로서 느낀 경험과 결합하여 깊이 있게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1. 정보 습득형 독서 vs 사유 중심의 리글(Re-gle)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반적인 독서는 ‘정보의 소화’에 가깝습니다.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당장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을 수집하는 방식이죠. 이 방식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휘발성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리글을 통한 독서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을 채우는 과정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책들을 읽는 분들은 단순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습니다. 대신 “왜 이 문장이 내 마음을 흔들었는가?”를 질문하며 저자와 대화합니다.
* 정보 습득형 독서의 특징:
* 핵심 키워드 추출 및 요약에 집중함.
* 실용적인 해결책이나 지식의 축적이 목적임.
* 독후감이나 메모가 ‘정리’의 형태를 띰.
* 사유 중심(리글) 독서의 특징:

* 문장의 리듬과 단어의 질감을 음미함.
* 자신의 내면과 텍스트가 충돌하는 지점을 기록함.
* 독후감이 ‘성찰’과 ‘변화’의 과정으로 이어짐.
2. 공간이 주는 몰입도: 디지털 텍스트와 종이책의 대조
서점을 운영하며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는 지점은 독자가 어떤 매체로 리글을 실천하느냐에 따른 감각의 차이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읽는 글은 편리하지만, 화면 속에서 사라지는 텍스트는 우리에게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종이책은 물리적인 무게감과 질감을 제공합니다. 책장을 넘길 때의 마찰음, 특정 페이지에 남겨진 손때, 그리고 그 문장을 곱씹기 위해 잠시 멈춰 서는 시간들이 모여 깊은 사유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방식이 더 나은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각 방식이 우리에게 주는 경험의 질이 다릅니다.
1. 디지털 매체: 빠른 정보 탐색과 공유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현대인의 바쁜 리듬에 부합합니다.
2. 종이책(아날로그): 속도를 늦추고 문장 속에 머무르게 하며, 깊은 사유를 위한 정적인 공간을 제공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밤의 고요함 속에서 종이책을 펼치며 리글의 과정에 몰입할 때, 비로소 저자의 영혼과 나의 내면이 연결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텍스트를 통해 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3. 기록의 기술: 단순 메모와 사유의 기록 비교
독서를 마친 후 남기는 기록 또한 두 갈래로 나뉩니다. 많은 분이 독서 노트에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인상 깊은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을 택합니다. 물론 이는 좋은 공부법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리글의 과정은 그 문장을 내 삶으로 끌어와 재해석하는 데 있습니다.
* 단순 메모 (Summary): “이 책은 ~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 기록)
* 사유의 기록 (Reflection):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나는 과거의 어떤 기억이 떠올랐고, 그것이 나의 현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주관적 경험과 결합)
저는 서점 손님들에게 권하는 팁이 하나 있습니다.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기보다, 그 문장을 읽고 난 직후에 느껴지는 감정이나 아주 사소한 생각 하나를 단 한 줄이라도 덧붙여보라고 말합니다. 이 작은 차이가 독서를 ‘체험’으로 변모시키는 핵심적인 장치가 됩니다.
사유의 깊이를 더하는 세 가지 실천법
* 속도 줄이기: 하루에 많은 페이지를 읽기보다, 단 한 페이지라도 모든 문장을 곱씹으며 읽는 연습을 해보세요.
* 질문 던지기: 저자의 말에 무조건 동의하거나 반대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보세요.
* 맥락 연결하기: 오늘 읽은 문장을 어제 읽은 책이나, 최근 겪었던 실제 사건과 연결해 보세요.
결국 리글이란 텍스트라는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어떤 매체로 읽든, 어떤 방식의 기록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것입니다. 서점 한편에서 책을 넘기며 깊은 사유에 잠기는 시간, 그 고요한 순간이 우리를 더 풍성한 삶으로 인도할 것이라 믿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사무적인 정보 습득과 리글(Re-gle)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정보 습득은 외부에 존재하는 지식을 내 머릿속에 넣는 과정이며, 리글은 그 지식이 내 내면과 충돌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성찰의 과정을 뜻합니다. 전자가 ‘학습’이라면 후자는 ‘성숙’에 가깝습니다.
초보자도 리글을 통한 독서법을 연습할 수 있을까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철학적 사유를 하려 하기보다, 인상 깊은 문장 하나를 골라 그것이 나의 실제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짧게 메모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종이책으로 읽어야만 리글의 효과가 극대화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매체보다는 독자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전자책이나 종이책 등 어떤 수단을 활용하든, 텍스트를 단순히 소비하지 않고 깊이 있게 머무르며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리글의 과정을 기록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정해진 정답은 없으나,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당시의 감각이 되살아날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당시 느꼈던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의 변화를 적는 방식이 권장됩니다.